이 작품의 표면은 마치 퇴적된 기억처럼 물질의 무게를 받아들인다. 겹겹이 쌓인 층들이 촉각적인 부조를 이루고, 그 안에 작가의 손이 발자국처럼 새겨져 있다. 색채의 장은 얇은 베일과 밀도 있는 응집을 통해 전개되며, 비스듬히 스치는 빛은 예기치 못한 깊이를, 홈과 능선을 드러내어 회화적 평면을 내면의 풍경으로 변모시킨다.
카를로 바쪼니의 마티에르 기법은 표면에 머물지 않는다. 색은 물질이고, 건축이며, 시간이다. 매 제곱센티미터마다 정확한 몸짓의 흔적이 담겨 있으며,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구성의 리듬과 호흡을 정의한다. 가로 오십, 세로 사십 센티미터의 단정한 형식은 에너지를 흩뜨리지 않고 응집시키며, 작품을 오래된 대지의 파편처럼 밀도 있게 만든다.
작품의 물리적 무게, 오 킬로그램은 부차적인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사유와 형태 사이에, 충동과 시각적 환원 사이에 얼마나 많은 물질적 헌신이 존재하는지를 가늠하는 구체적인 척도다. 가까이서 바라보아야 하는 작품, 시선으로 거의 어루만지듯 대해야 하는 작품이다.


